혼다·소니 EV 합작사, 출시 전 5천억 적자
럭셔리 전기차 시장 진입 장벽 커
연내 출시 예정… 가격은 1.2억 원부터

혼다와 소니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전기차 브랜드 ‘아필라(Afeela)’가 첫 모델 출시를 앞두고 이미 3억6200만 달러(한화 약 5천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아직 차량 판매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손실로, 합작사인 소니 혼다 모빌리티(Sony Honda Mobility)가 지난 회계연도에 발표한 재무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억4300만 달러(약 205억 엔)의 손실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번 손실은 단순한 사전 개발 비용을 넘어서는 규모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일본 양사의 고전이 드러난다. 연내 출시 예정인 첫 아필라 차량의 시작가는 8만9900달러(약 1억 2천만원)로 책정되어 있으며, 이는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서 고가 전략을 내세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가 정책만으로는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전략은 테슬라를 비롯한 루시드, 리비안 등 신생 전기차 브랜드들이 흔히 사용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제 전기차 시장이 심화되고 특히 중국의 저가 전략으로 인해 이러한 전략이 시장에서 유효할지 그 앞 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많아지고 있다.
럭셔리 EV 시장,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전기차 신규 모델의 경우, 초기 손실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아필라 프로젝트는 다른 신생 EV 브랜드보다도 적자 폭이 크다. 분석가들은 그 배경에 고급 전기차 특유의 높은 개발비용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복잡한 소프트웨어 통합과 프로토타입 제작, 고성능 부품 적용 등에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요시다 타츠오 애널리스트는 “아필라의 높은 가격 책정은 이러한 비용을 상쇄하려는 시도이지만, 순수한 판매만으로 전체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장 안착을 위해 추가적인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경쟁 심화된 시장… 뒤늦은 합류가 변수로

아필라가 진입하려는 시장에는 이미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수의 전기차 브랜드들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BYD를 비롯한 중국계 브랜드들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혼다와 소니는 시장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다만 혼다는 오랜 내연기관차 생산 경험을, 소니는 엔터테인먼트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시너지 기대도 존재한다. 실제로 소니 측은 PS5 콘트롤러로 차량을 조작하는 기능 등을 시연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동화 전환, 대기업에도 결코 쉽지 않다

아필라 프로젝트는 단순히 차량 하나의 출시에 그치지 않고, 전통적인 제조업체와 전자기술 강자의 협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손실은 설계·생산·마케팅 전반에서의 시행착오와 시장 진입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향후 아필라가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 사례는 하나의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전기차 시장, 특히 고급 EV 시장은 거대 기업에게도 녹록지 않은 무대라는 점이다. 혼다와 소니의 도전은 계속되겠지만, 그 앞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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