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내연기관 차량 생산 연장 방침
전기차 전환 속도 예상 느려… 하이브리드 병행
독일 프리미엄 3사 모두 내연기관 병존 전략

전기차 시대를 선언했던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는 당초 2030년을 목표로 삼았던 전동화 전환 계획을 수정하며,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라 켈레니우스 메르세데스 회장은 독일 ‘아우토 모터 운트 슈포트'(Auto Motor und Sport)와의 인터뷰에서 “전동화된 하이테크 내연기관이 생각보다 오래 쓰일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하이브리드 병행 전략이 가장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아우디가 발표한 전기차 중심 전략의 속도 조절 방침과 궤를 같이 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3사는 모두 완전한 EV 전환보다는 내연기관과 전동화를 병행하는 현실적인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기차 전환 속도 둔화…실제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

메르세데스의 전기차 전략 수정은 최근의 판매 성적과도 무관치 않다. 메르세데스는 2024년 들어 EV 판매가 23% 감소하는 등, 전기차 수요 둔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전체 시장 흐름은 다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EV 판매량은 1,700만 대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블룸버그NEF는 2025년에도 22% 이상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EV 시장의 절대 강자로, 전체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메르세데스 역시 중국 시장에서 2023년 기준 68만 3,600대(내연기관 및 전기차 포함)를 판매하며 여전히 핵심 시장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차를 ‘제2의 거실’로 여겨”…스크린 중심의 차량 내장 전략

중국 소비자 특성도 메르세데스의 제품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라 켈레니우스 회장은 “중국 소비자들은 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제2의 거실’로 여긴다”며, 차량 내 스크린 확대와 공간 활용성에 집중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메르세데스 모델들은 대형 디스플레이와 AI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고급 인포테인먼트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든 내연기관 차량이든, 소비자의 경험과 감성에 기반한 기술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EU 규제, 내연기관 장기 판매엔 ‘변수’

하지만 모든 시장이 내연기관 차량 연장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탄소 배출 차량의 신규 판매를 금지할 계획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정책이 유럽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절대적이다. 메르세데스를 포함한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병존 전략을 꾀하는 가운데, EU의 정책 변화 여부가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업계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급격한 EV 전환에 따른 소비자 수용 한계와 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 소재 비용 상승 등 다양한 장애물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의 이번 ‘코스 코렉션’은 일시적인 후퇴가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 현실을 반영한 전략적 병행으로 해석된다. 내연기관을 버리기엔 이르며, 전기차로만 승부를 보기엔 시장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균형 잡힌 투트랙 전략이 최소 2030년대 중반까지는 주요 제조사들의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