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EV 비중 축소하고 하이브리드 전략에 집중
대형차 전용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2030년까지 13종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 예정

혼다는 최근 EV(전기차) 비중 확대 전략을 일부 수정하며, 하이브리드 기술에 다시 주력하고 있다. 당초 2030년까지 전체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던 혼다는, 목표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판단 하에 이를 철회했다. 대신,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전면 중단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CEO 미베 토시히로는 “현재 시장 흐름과 소비자 수요를 고려할 때 하이브리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혼다는 하이브리드 기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략 전환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EV 속도조절’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13종, 북미 중심 출시

혼다는 오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총 13종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북미 시장을 주요 격전지로 삼고, 대형 SUV와 같은 수요 중심 모델부터 하이브리드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혼다는 중소형 차량을 위한 1.5리터 및 2.0리터 가솔린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는 별도로, 대형차용 신규 파워트레인을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은 고출력 및 고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특히 뛰어난 견인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 파워트레인은 대형 SUV와 픽업트럭처럼 공간성과 화물 적재 능력이 중요한 차량군을 겨냥한다.
혼다는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생산 비용을 2018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2023년 기준보다 30% 더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의 사각형 혼다 엠블럼 대신 EV 라인업처럼 플랫하고 간결한 신규 로고 디자인도 적용될 예정이다.
가장 유력한 첫 적용 모델, ‘파일럿’

새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첫 번째 적용 모델로는 혼다의 대형 SUV ‘파일럿(Pilot)’이 유력하다. 현재 4세대 모델이 2022년 말 출시된 이후 약 2~3년 주기의 부분변경 또는 5세대 전환 시점이 다가오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파일럿은 내연기관 기반만 운영되고 있어, 하이브리드 라인업 추가 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혼다는 미국 시장에서 엔트리부터 대형 모델까지 다양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어코드, 시빅, CR-V, HR-V 등 기존 인기 모델에 더해, 향후에는 리지라인, 파일럿, 패스포트와 같은 중대형 차량에도 순차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EV도 놓치지 않는다… 장기적 균형 전략

혼다가 EV 전략을 전면 포기한 것은 아니다. 2026년 출시 예정인 ‘혼다 0 시리즈’ 전기 세단과 SUV는 기존 계획대로 개발 중이며, 2030년 이후에는 EV가 회사의 핵심 사업 축이 되기를 바란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EV 개발 예산도 기존 대비 30% 감축했다. 혼다는 2031년 3월까지 약 7조 엔(한화 약 48조 원)을 전동화 기술에 투자할 예정인데, 이는 지난해 발표한 예산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의 생산 효율성과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단기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현실적 전략이다.
혼다는 향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만 연간 220만 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전체 판매량은 연간 360만 대 수준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동화의 큰 물결 속에서도 혼다는 시장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하이브리드와 EV를 동시에 포용하는 균형 잡힌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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