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5% 관세 인하로 한일 자동차 가격 역전
현대차·기아, 준대형 SUV·HEV 수익 직격탄
3~4분기 영업이익 최대 22% 감소 전망

미국이 16일(현지시간)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27.5% 관세를 15%로 낮추면서 한일 간 관세율이 역전됐다. 한국산 자동차에는 여전히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원론적으로 “시장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기적 가격 문제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 내 한국차의 입지와 브랜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준대형 SUV, 가격 역전 시 타격 불가피

현대차그룹은 그간 수익성이 높은 준대형 SUV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보다 2~3%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의 미국 시작 가격은 각각 3만9435달러, 3만6390달러로, 도요타 하이랜더(4만320달러), 혼다 파일럿(4만200달러)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25% 관세를 전가할 경우 팰리세이드 가격은 4만9293달러로 상승, 15% 관세가 적용된 하이랜더(4만6368달러)보다 약 3000달러 더 비싸지게 된다. 이는 현대차·기아의 핵심 수익원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이브리드차 수출 구조, 더 큰 부담

하이브리드차(HEV) 역시 관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본 완성차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하이브리드 생산 기지를 확보해 관세 리스크를 줄인 반면, 현대차·기아는 대부분의 HEV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 25%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예컨대 현대차 투싼 HEV와 도요타 라브4 HEV는 시작가가 비슷하지만, 관세가 반영되면 가격 역전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미국 HEV 시장에서 도요타와 혼다가 각각 점유율 51.1%, 17.0%로 압도적 1·2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현대차·기아(12.3%)는 경쟁 심화로 입지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영업이익 전망 급락, 긴급 대응 필요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관세 영향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을 합산 1조6000억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은 한국보다 높은 27.5% 관세율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이번 관세 역전은 더 큰 위기를 예고한다.
실제로 증권가에 따르면 현 수준이 지속될 경우 현대차는 월 4000억 원대, 기아는 월 3000억 원대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22.6% 감소한 2조7724억 원으로, 기아는 15.2% 감소한 2조4431억 원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오는 18일 뉴욕에서 열리는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며, 이번 자리에서 관세 대응책이 제시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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