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화장실, 사유재산인가 공공재인가
업주·이용자 인식 충돌 속 법적 해석 논란
지원금 여부·법적 용어 혼선이 쟁점으로 부각

시민들은 주유소 화장실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주유업계 내부에서는 관리 책임이 뒤따른다는 이유로 화장실을 사유재산으로 보는 시각이 뿌리 깊다. 최근 한 주유소 업주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화장실 문을 잠그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이 문제는 다시 주목받았다.
작성자 A씨는 주유하지 않은 손님의 무단 사용, 쓰레기 투기, 흡연, 심지어 관광버스 단체 손님들의 비위생적 사용 사례까지 구체적으로 호소했다. 그는 “내 기름을 사는 손님에게는 제공할 수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왜 제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온라인 반응, 공공성 vs 업주 권리

해당 글에는 이용자들의 엇갈린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는 “호의가 권리가 되어선 안 된다” “주유 영수증에만 비밀번호를 표시하면 된다”며 업주 편에 섰다. 반면 다른 이들은 “주유소 허가 조건에 공중화장실 설치가 포함된다” “개방 지원금을 받으면서 닫는 건 옳지 않다”며 공공성을 강조했다.
즉, 시민들은 공공재로서의 이용권을 주장하는 반면 업주들은 사유재산임을 근거로 통제를 정당화하는 구조적 갈등이 드러난 셈이다.
현행 법령과 제도적 공백

공중화장실법은 국가·지자체가 설치한 화장실 또는 일정 규모 민간시설을 지정해 관리하는 공중화장실과, 민간이 자율 신청해 협약을 맺는 개방화장실로 구분한다. 공중화장실은 강력한 관리 의무가 따르며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면 개방화장실은 지원금과 시설 개선비를 제공받는 대신 개방 의무가 따른다.
A씨는 “지원받은 적 없다”고 밝혔기에 해당 주유소는 공중화장실로 지정되거나 개방화장실 협약을 맺은 사례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화장실을 닫더라도 법적 제재 대상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주유소 화장실 폐쇄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
석유사업법 용어 혼선과 제도 개선 필요성

다만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은 주유소 허가 요건으로 ‘공중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명시한다. 이를 두고 일부는 개방 의무로 해석하는 반면, 단순 설치 요건일 뿐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지난 4월 정부에 “주유소·LPG충전소 화장실의 공중화장실 제외”를 요청했다. 이는 1980년대 국제행사를 앞두고 도입된 규정이 현행 제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04년 공중화장실법 제정 이후 용어 혼선이 이어졌으며, 주유소 현장 운영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결국 주유소 화장실은 법적으로 공공성과 사유재산성이 충돌하는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제도 보완 없이는 업주와 이용자 간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회 차원의 용어 정비와 제도적 명확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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