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ID.3 출력 제한 후 구독으로 해제
자동차 산업에서도 ‘옵션 장사’ 논란 가열
소비자 권리와 소유권 침해 우려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 판매 이후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구독 모델’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그동안 음악 스트리밍이나 OTT 서비스와 같이 콘텐츠 산업에서만 익숙했던 구독 모델이 이제는 자동차 영역으로 옮겨오고 있는 것이다.
BMW가 과거 열선시트를 월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려다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한 바 있지만, 업계는 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여전히 전기차 EQ 시리즈에서 연간 약 1,200달러를 내면 가속 성능을 끌어올려 주는 ‘Acceleration Increase’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폭스바겐이 영국 시장에서 전기차 ID.3에 출력 제한을 걸고 구독 모델을 도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폭스바겐, ID.3 출력 구독제 도입

폭스바겐 영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ID.3 Pro 및 Pro S 모델은 기본 출력이 201마력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소비자가 월 16.5파운드(약 2만2천 원)를 내면 228마력의 풀 출력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선택지는 다양하다. 월별, 연간(165파운드), 또는 차량 수명 동안 소유할 수 있는 일시불(649파운드) 결제 옵션이 있다.
문제는 해당 차량이 기본 가격만 해도 5만 달러(약 6,700만 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 가격에 포함시킬 수 있는 소폭의 비용을 굳이 별도 과금으로 분리해 ‘옵션 장사’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영국은 전기차 리스 비중이 40%를 넘는 시장이어서, 폭스바겐은 리스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천만 원을 주고 차를 샀는데도 ‘잠겨 있는 기능’을 다시 돈을 내고 풀어야 한다는 사실이 불쾌할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가 소유권을 바꾸다

문제의 본질은 자동차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SDV)’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있다. 차량의 기능 상당수가 소프트웨어로 제어되면서 제조사는 언제든 기능을 잠그거나 풀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차를 구매해도 모든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법원에서 “소프트웨어 저작권은 제조사에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소비자의 수리 권리를 제한하려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변조하거나 해킹해 잠긴 기능을 풀면 저작권 침해나 DMCA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
2023년, 마쓰다는 오픈소스 홈 오토메이션 플랫폼(Home Assistant)과 차량을 연동한 개발자에게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중단 및 금지’ 요청을 보낸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자동차가 소프트웨어화될수록 소비자의 권리는 줄고 제조사의 통제권은 강화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소비자 반발과 향후 전망

BMW의 열선시트 구독제 실패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들은 “이미 차값에 포함돼야 할 기능을 또 돈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ID.3 출력 구독제는 현재 영국 한정이지만, 업계가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전 세계로 확대할 가능성은 크다.
이는 단순히 자동차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대의 소비자 권리와 직결되는 문제다. “수천만 원을 주고도 내 차의 모든 기능을 소유하지 못하는 시대”에 대한 불만이 커질수록, 향후 자동차 산업은 구독경제 확산과 소비자 반발 사이에서 치열한 줄타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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