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배터리·반도체 내재화
하이브리드부터 EV까지 독자 설계 확대
AI 반도체 중심 자율주행 시대 준비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은 단순한 기술 확보 차원을 넘어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9년,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차에 적용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통해 기술적 기틀을 마련한 현대차는, 현재 하이브리드 전용 배터리도 자체 설계하고 있다.
2023년 출시된 5세대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K8, 팰리세이드 등 다양한 차종에 이 배터리가 탑재되며, 설계 단계에서부터 성능을 고려하는 완성차 제조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공급사 의존도는 줄이면서도 기술 주도권은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 ‘지분 확보형 합작’ 전략 병행

현대차그룹은 내재화 전략과 동시에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해 생산지분 확보형 합작법인을 확대 중이다. 인도네시아, 미국 조지아주 등지에 30만 대 분량의 합작 공장을 운영 중이며, 신흥시장 대응을 위해 인도와 중국에도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 출시 모델에도 중국산 배터리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데, 가격경쟁력을 고려한 전략이다. 예컨대 EV5에는 CATL의 삼원계 배터리가 적용되며, 이는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중형차에 중국산 배터리를 도입한 사례다.
반도체 설계도 직접… AI 칩 시대 선제 대응

현대차는 반도체 내재화에서도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2009년 인피니온과의 공동개발로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설계는, 최근 현대모비스 주도 아래 본격 양산 체계에 돌입했다. 현재까지 자체 설계에 참여한 반도체는 16종에 이르며, 전원통합칩, 램프 구동 칩, 배터리관리IC 등이 있다.
2020년 현대오트론 인수를 계기로 반도체 역량을 한층 강화한 현대차그룹은 실리콘밸리 반도체 연구 거점도 마련하며 해외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보스반도체, 텐스토렌트, 엘리베이션 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병행하며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자율주행 시대의 핵심, AI 반도체로 미래차 완성

미래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지능형 플랫폼’으로 진화함에 따라, AI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백 개의 센서가 실시간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주행을 제어하기 위해선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AI 칩이 필수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차량용 AI 반도체 시장은 2032년까지 약 20조7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자율주행 확산과 함께 전체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대비해 AI 반도체 설계와 적용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자 관련 투자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와 반도체라는 두 개의 핵심 축을 내재화함으로써 미래차 시장에서의 독립성과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인 부품 수급 문제를 넘어서, 장기적인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현대차만의 생존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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