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운전자의 5.3%가 사고 위험 2배
반복 위반자 관리 시스템 부재 지적
교육, 면허제한 등 다층적 행정처분 필요

25일 국회에서 열린 ‘상습 법규위반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는 운전자의 소수에 불과한 상습 법규 위반자들이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박준영 부교수는 발표를 통해 전체 운전자 중 단 5.3%만이 반복 위반자이지만, 이들의 사고율은 일반 운전자에 비해 2배 이상이라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특히 이들은 연간 약 1100억 원에 달하는 교통사고 비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박 교수는 문제의 핵심으로 “전체 교통법규 위반의 93%가 무인단속 장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 과태료 처분으로 종결돼 운전자의 신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동일 차량에 반복적으로 위반이 발생해도 그 책임을 특정 운전자에게 직접 부과할 수 없는 현 체계는 상습 위반을 방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3년간 7회 이상 위반자’를 상습 위반자로 정의하고, 이들을 위험군으로 나눠 맞춤형 교육, 벌점, 면허제한, 심리치료 등의 다층적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인단속 2500만 건… 체납자 면허 갱신 막고 적성검사 확대해야

이날 발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무인단속을 통한 교통법규 위반 적발 건수는 2569만 건으로, 2020년 대비 58.8% 급증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처벌은 과태료 중심에 머물러 고위험 운전자의 관리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 류준범 수석연구원은 “현행 제도는 적성검사 면제 대상이 많고, 교육 시스템도 미비하며, 과태료 체납자에 대한 제재 역시 미흡하다”며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제2종 면허 정기 적성검사 연령 하향 조정 ▲운전면허 갱신 시 체납 여부 반영 ▲VR 기반 운전능력 진단 도입 ▲가족 등 제3자에 의한 수시 적성검사 신청 등이 포함됐다. 특히 수시적성검사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위험도에 따라 ‘치료 조건부 판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책 지원 시사… 보험업계도 관리 강화 촉구

이날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동차 등록 대수 2600만 대를 넘어선 지금, 상습 위반자와 고위험 운전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야말로 교통안전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입법과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 역시 “단속 기술이 발전해도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개선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보험업계 역시 같은 입장이다. 손해보험협회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관계자들은 “상습 위반으로 인한 사고는 보험사의 손해율 상승과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직결된다”며 “보험관리를 위해서라도 고위험 운전자의 선별적 관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반복 위반자의 행동 패턴을 데이터를 통해 추적하고, 사고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에 대한 맞춤형 규제는 사고 예방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다층적 행정처분 체계… 핀셋 규제가 현실적 해법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제안된 ‘다층적 행정처분 시스템’은 기존의 획일적인 과태료 중심 제도에서 벗어나, 운전자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대응체계로 변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상습 위반자 식별을 기반으로 하는 위험군 분류 시스템은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부터 벌점 강화, 면허 정지 혹은 취소, 심리치료 프로그램 연계까지 종합적 개입이 가능하다.
특히 고령자, 질병 이력 운전자, 반복 신호위반자 등 유형별로 세분화된 정책 설계는 단순한 처벌 중심의 사고 예방 대책을 넘어서, 운전자의 교통 인식 개선과 실질적인 재범 방지로 이어질 수 있다. 류 연구원이 제안한 VR 기반 운전능력 평가 시스템도 교통 안전성과 제도적 신뢰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국회, 민간 보험사, 교통기관이 협력하여 이 같은 체계를 구축한다면, 전체 운전자의 5%가 유발하는 교통사고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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