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행 후 단속 장비 2배 증가
신호위반·과속 단속도 급증… 법규 위반 여전
범칙금 수입도 늘며 제도 실효성 논란 이어져

최근 5년간 도로 위의 무인교통단속장비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신호위반과 과속 등 교통법규 위반 단속 건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무인교통단속장비는 2020년 1만164대에서 2023년 말 기준 2만7027대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 같은 장비 확충의 직접적인 배경은 2020년 시행된 이른바 ‘민식이법’이다. 해당 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전국 스쿨존 및 학원시설 반경 300m 이내에 무인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한 내용이 골자다. 제도 도입 이후 각 지자체와 경찰은 전국 단위로 단속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냈고, 그에 따라 적발 건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신호위반 2배, 과속 단속도 50% 이상 늘어

경찰청의 ‘교통법규위반 유형별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전국 교통법규 위반 단속 건수는 1618만5980건이었으나, 2023년에는 2569만6235건으로 약 58.8%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신호위반 단속은 205만6611건에서 471만6884건으로 무려 129.4%나 증가했으며, 과속운전 단속도 1248만4230건에서 1920만4070건으로 53.8% 늘어났다.
특히, 이들 위반 유형은 대부분 무인교통단속장비를 통해 적발되는 항목으로, 장비 수가 늘어난 만큼 단속 실적도 자연스럽게 증가한 셈이다.
범칙금·과태료 수입도 동반 증가

단속 실적 증가에 따라 경찰청의 범칙금 및 과태료 수입도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 세입·세출 예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경상이전수입은 1조45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6% 증액됐다.
이는 교통법규 위반 단속이 단순한 계도 차원을 넘어 재정 수입의 한 축으로도 작용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단속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반 건수 자체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일정 비율 이상의 운전자가 신호위반이나 과속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법규 준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처벌 수위 재조정 필요성 제기

한국안전문화학회가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총생산(GDP)이 30여 년간 2.6배 증가한 반면, 주요 교통법규위반 범칙금은 사실상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문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법규 위반에 대한 경제적 처벌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하며, 일부 위반 유형의 경우 최대 20배까지 벌금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해 최근 일각에서는 단속 강화뿐만 아니라 범칙금 상향 조정이나 재범 시 누진적 처벌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무인단속장비 확대는 예방적 차원의 조치로, 실제 단속 건수 증가는 장비 수 대비 그리 높지 않다”며 “법규 준수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반 건수가 여전히 연간 2500만 건을 웃도는 현실에서, 단속 강화만으로는 교통안전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단속이 아닌 예방과 교육 중심의 접근, 그리고 시민의 자발적 법규 준수 의식 확산이 병행되어야 교통사고를 줄이고 안전한 도로 환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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