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비중 21.6%로 역대 최고치
면허 반납률 저조, 첨단 안전장치 의무화도 검토 단계
일률적 기준 아닌 개인별 운전 능력 중심 제도 개선 요구

2024년 7월 1일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참사’가 1주기를 맞는다. 이 참사는 고령 운전자 사고의 심각성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자(65세 이상) 비율은 21.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며, 2020년 3만 건에서 2023년 4만 2천 건 이상으로 약 3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감소 추세에 있음에도 고령 운전자 관련 사고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서울 강북구 햄버거 가게 돌진 사고, 양천구 전통시장 사고 등 60~70대 운전자에 의한 대형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해 사회적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진한 제도… 현실과 괴리

정부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면허 자진 반납 유도, 첨단 안전장치 보급 확대 등의 대안을 검토 중이나, 실효성은 낮은 편이다. 조건부 면허는 아직도 도입되지 않았고, 서울 기준 면허 반납률은 3%에 불과하다. 지원금이 연 20만~50만 원 수준에 그치고, 대중교통 여건이 부족하거나 운전이 생업인 고령자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은 긴급제동장치와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신차에 의무 장착하고 있으며, 유럽연합도 2023년부터 모든 차량에 안전장치 설치를 강제하는 등 고령자 교통안전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이러한 장치 도입이 검토 단계에 머물러 선진국 대비 대응이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

하지만 단순히 사고 수치만으로 고령 운전자를 비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대비 약 8.9% 증가(820만 명 → 898만 명)했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고령 운전자 수도 늘어났다. 실제로 작년 51~64세 운전자의 사고 건수는 4만 3천 건으로 고령자보다 많다.
연령대별 인구 구성과 운전면허 보유자 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고 수치만 보고 고령자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일 수 있다. 또한 사고 원인이 반드시 ‘나이’ 때문이라는 가정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급발진이나 페달 오조작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운전 미숙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률적 연령 제한보다 개인별 평가 제도로

선진국은 고령 운전자 기준을 70세 또는 75세 이상으로 정하고, ▲인지 기능 검사, ▲정기 건강 검진, ▲운전 실기평가 등을 도입해 개인의 운전 능력을 정밀하게 판단하고 있다. 독일, 일본, 미국(주별 상이) 등에서는 일률적 기준보다 기능 중심의 자격 유지 관리가 이뤄진다.
반면 한국은 인터넷으로 사진과 건강검진 결과만 제출하면 자동 갱신이 가능한 구조로, 운전 부적합자 선별이 어렵다. 기술적 보완과 제도적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같은 나이더라도 개인의 운전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생업을 위해 운전하는 60대 이상 운전자도 많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경제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60~70대 운전자들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적 배려와 제도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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