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완성차, 글로벌 판매 급락
중국 전기차의 공세와 미·EU 관세
대규모 감원 유럽 산업 붕괴 우려

수십 년간 ‘럭셔리와 엔지니어링의 기준’으로 군림했던 독일 완성차 업계가 수십 년 만의 최대 침체기에 빠졌다. 포르쉐는 3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대비 6% 하락했으며, 중국에서는 20% 가까이 급락했다. BMW, 벤츠, 폭스바겐 역시 비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전 세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던 독일차가 이제는 재고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독일차의 황금기는 끝났다”고 평가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급락이 치명적이다. 과거 성장 엔진이던 중국에서 BYD, 샤오미 등 현지 전기차 브랜드가 빠르게 부상하며 독일 브랜드를 대체하고 있다. 값싸고 기술력이 높은 중국차가 수출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독일차의 글로벌 경쟁력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 자동차 공세와 관세 부담

독일 제조업의 ‘심장’이던 자동차 산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관세 압박이라는 이중 위기를 맞고 있다. 독일 재무부 자문위원 옌스 쥐데쿰은 “중국의 과잉 생산이 전 세계 시장 가격을 압박하고, 미국 시장도 더 이상 대체재가 되지 못한다”며 “독일 산업 전반이 완벽한 폭풍 속에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내에서도 독일의 제조비용은 가장 높다. 에너지 단가와 인건비가 인근 체코나 폴란드의 두 배에 달하며, 생산 효율이 떨어지자 폭스바겐, 보쉬, 콘티넨탈 등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들어갔다. 보쉬는 1만8,500명을 감축할 계획이며, 업계 전체로는 2030년까지 약 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전기차 전환에서 뒤처진 독일차

독일 완성차들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했지만, 첫 세대 EV 모델들이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반면 중국 브랜드들은 더 긴 주행거리와 빠른 충전 속도,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그 결과 독일 완성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BMW는 차세대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으며, 100억 유로 규모의 배터리·소프트웨어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는 주요 EV 프로젝트를 연기했고, 시장의 반응도 냉담하다. 독일 정부는 30억 유로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을 추가로 투입했지만, 소비자 수요 회복은 더디다. 특히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2035년으로 못 박은 유럽 정책은 산업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차의 부활 가능성 남아 있을까

독일 자동차 산업의 침체는 단순한 기업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독일은 유럽 전체 차량의 약 25%를 생산하며, 스페인부터 슬로바키아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공급망의 중심축이다. 따라서 독일의 생산 위축은 유럽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진짜 위기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감의 상실’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때 전 세계가 동경하던 정밀함과 혁신의 상징이, 이제는 빠르고 유연한 신흥 경쟁자들을 뒤쫓는 입장이 된 것이다.
내연기관으로 제국을 세운 독일차가 EV·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통과 자부심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을 지킬 수 없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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