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4조 투자 수소연료전지 개발 중단
美 DOE 지원 축소·인프라 부족 결정타
현대차·토요타, 수소 생태계 확장 이어가

미국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약 30억 달러(4조 2,960억 원)를 투자해온 ‘하이드로텍(Hydrotec)’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GM은 성명에서 “수소는 고수요 산업에서 잠재력이 있지만, 연료전지 사업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자리잡기까지의 길은 길고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이로써 GM은 1996년부터 이어온 수소 기술 개발의 긴 여정을 접고, 전기차(EV) 중심 전략에 집중하기로 했다.
스튜어트 파울 GM 기술홍보 이사는 오토모티브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수소는 여전히 불확실한 단계에 있으며,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EV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GM은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내연기관과 수소 관련 부문 인력을 재배치하며 기술 개발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프라 부족과 높은 비용, 수소차 상용화의 걸림돌

GM의 결정에는 인프라 부족과 경제성 한계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는 25만 곳을 넘는 반면 수소 충전소는 61곳에 불과하다. 인프라 격차로 인해 수소차는 일상 사용에 제약이 많고, 충전 시간과 유지비용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또한 차량 가격과 충전비용 역시 전기차보다 크게 높다. 현대차 넥쏘는 약 7,643만 원, 토요타 미라이는 약 7,420만 원, 혼다 클래리티는 약 7,100만 원 수준으로, 동급 전기차 대비 약 2배 이상 비싸다. DOE가 75억 달러 규모의 수소 프로젝트를 재검토하며 GM에 대한 지원금(3,000만 달러)도 중단된 점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완성차 업계, 수소 사업 중단 행렬 이어져

GM뿐만 아니라 다국적 완성차 스텔란티스(Stellantis)도 지난 7월 수소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장 필리프 임파라토 스텔란티스 유럽 COO는 “수소 시장은 틈새 시장에 불과하며, 중기적으로 경제적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수소 사업 대신, 시장 확대가 뚜렷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부문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계가 수소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이유로, 시장 수요의 불확실성과 투자 대비 수익성 부족을 꼽는다. 오토모티브뉴스는 “GM, 스텔란티스, 토요타 등이 대형 상용차용 수소 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지만, 시장 안착과 투자 회수가 지연되며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토요타, ‘포기 대신 확장’으로 주도권 경쟁

이와 달리 현대차와 토요타는 수소 기술을 미래 성장 축으로 삼고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디 올 뉴 넥쏘’를 출시하고,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와 수소전기버스 ‘유니버스’를 통해 상용차 부문에서도 라인업을 강화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소를 그룹의 핵심 에너지로 설정하고,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까지 아우르는 비즈니스 플랫폼 ‘HTWO’를 운영 중이다.
그는 “수소 전환은 현재의 이익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해왔다. 토요타 역시 중국에 2,000억 원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설립하고, 도쿄시의 ‘Tokyo H₂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수소택시 600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는 수소위원회 공동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협력과 기술 교류를 이끌며, 차세대 연료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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