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아이오닉 5 1370만원 인하
경쟁사들은 생산 중단·하이브리드 전환
닛산·혼다·볼보까지 美 전기차 전략 수정

현대차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전례 없는 결단을 내렸다. IRA 전기차 보조금(7,500달러, 약 1,050만 원) 종료에 대응해, 보조금보다 큰 폭인 최대 9,800달러(약 1,370만 원)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아이오닉 5 SE RWD 스탠다드레인지의 가격은 42,600달러에서 35,000달러로 17.8% 하락, 최고 사양인 리미티드 AWD 역시 58,200달러에서 48,975달러로 15.6% 낮아졌다. 평균 인하액만 9,155달러(약 1,280만 원)에 달한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보조금 종료로 소비자가 망설이지 않도록 과감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단기적 수익성보다 브랜드 리더십과 시장 점유율 유지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점유율 수성이 곧 미래 경쟁력”

통상 자동차 업체들은 연식 변경 때 가격을 올리지만, 현대차는 반대로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3분기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는 약 48만 대로 GM·도요타·포드에 이어 4위를 기록했으며, 5위 혼다와의 격차는 불과 13만 대 수준이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법인장은 “아이오닉 5가 전기차 구매자의 최우선 선택지가 되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닛산·혼다·볼보, 美 전기차 계획 축소

현대차와 달리 일부 경쟁사들은 전기차 생산을 축소하거나 하이브리드로 선회하고 있다.
- 닛산: 미시시피주 캔턴 공장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철회하고, 단종됐던 SUV 엑스테라를 하이브리드로 부활시킬 예정.
- 혼다: GM과 협력해 생산하던 아큐라 ZDX 전기차를 중단.
- 볼보: 사우스캐롤라이나 리지빌 공장에 EV 대신 XC60 하이브리드 투입.
이는 IRA 종료로 보조금 효과가 사라지면서 전기차 수요 급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EV 시장, 성장세 꺾이나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3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41만 대)는 전년 대비 21% 증가했지만 이는 보조금 종료 전 ‘패닉 바잉’ 효과가 컸다. 앞으로는 수요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포드 CEO 짐 팔리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조금이 사라지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의 입지가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식을 전해 들은 국내 전기차 오너들은 다소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1천만 원씩 인하하는 북미에 비해 국내에선 좀처럼 전기차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현대차의 내수 시장 가격 책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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