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발사 실험 공개
보행자·차량 안전 위협 논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 지적

전기차 화재는 한 번 발생하면 진화가 어렵고, 폭발로 이어질 위험도 커 완성차 업계가 가장 고심하는 과제다. 중국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며 배터리를 아예 차량에서 분리해 발사하는 방식이 시연됐다.
지난 9월 19일 열린 ‘전동차 배터리 발사 기술 시연 및 교류회’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SUV 차량 옆구리에서 거대한 배터리 모듈이 강하게 튀어나오며 연기를 뿜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대기 중이던 안전 요원들이 전용 방화 담요로 배터리를 덮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센서가 열 폭주를 감지하면 1초 이내에 작동해 배터리를 차량으로부터 3~6미터 떨어진 곳으로 던져낸다고 한다.
승객은 안전? 주변은 위험!

시연 의도는 승객을 화재나 폭발 위험에서 분리한다는 것이었지만, 문제는 떨어진 배터리의 행방이다. 배터리는 수백 kg에 달하는 금속체로, 고속 주행 중 차도나 인도로 날아간다면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실제로 온라인 댓글 반응도 “승객은 살고 옆 사람은 죽으라는 발상”이라며 비판 일색이었다. 게다가 화재가 발생할 정도로 큰 충돌 상황에서는 차량 구조가 이미 손상돼 발사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결국 운전자에게도, 주변인에게도 실질적인 안전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누가 주도했나…자동차 업체 발뺌

시연에 사용된 SUV는 체리(Chery) 산하 브랜드 아이카(iCar) 03T 기반의 프로토타입으로 보였지만, 제조사 측은 즉각 선을 그었다. 아이카는 공식 계정에서 “이번 시연은 당사와 무관하다. 합리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공지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충돌수리기술연구센터가 주최했고, 자동차 부품업체 조이슨 그룹(Joyson)이 관여했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조이슨 역시 “관련 없다”고 부인했다. 결과적으로 ‘누구의 책임이냐’를 두고 책임 회피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 혁신’인가 ‘안전 쇼’인가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배터리 발사 시연을 두고 회의적이다. 전기차 화재 문제는 배터리 셀의 안정성 확보, 냉각 시스템 강화, 화재 전파 차단 등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날려버리기’식 발상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도로 환경에서 배터리를 투척하는 것은 위험 요소만 늘릴 뿐이며, 장치 자체도 충돌 순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지 언론은 “이는 기술 발전이 아니라 단순한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라며 “배터리를 날리는 게 아니라, 안전성을 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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