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고 대기 최장 22개월
유럽·일본 수출 호조로 국내 물량 부족
‘기획전 전시차’까지 경쟁 치열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국내 출고 대기 기간이 최장 22개월에 달하며 소비자들의 ‘인내심 테스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판매 물량이 부족해지자, 전시 차량을 할인 판매하는 ‘기획전’까지 실시간 경쟁이 벌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온라인 전기차 동호회에서는 “기획전 차량 떴다”는 알림과 함께 “벌써 품절됐다”는 글이 잇따른다. 기획전은 대리점이나 지점에 전시 중인 차량을 온라인에서 할인가에 판매하는 프로그램으로, 출고 대기가 길다 보니 조금이라도 빨리 차를 받으려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트림·색상별 최대 22개월 대기

업계에 따르면 캐스퍼 일렉트릭의 출고 대기 기간은 트림과 옵션에 따라 다르지만, 인스퍼레이션·프리미엄 트림은 약 16개월, 크로스 트림은 13개월이 소요된다. 투톤 루프나 매트 컬러를 선택하면 22개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3개월)보다 훨씬 긴 수준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캐스퍼 대비 전장이 100mm 늘어나며 소형급으로 차급이 상승했고, 실내 공간과 적재 용량(280L)도 넓어졌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시스템’을 탑재하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315km를 확보해 실용성과 안전성을 모두 잡았다.
일본·유럽서 폭발적 인기

국내 출고 지연의 배경에는 해외 시장에서의 높은 인기가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유럽과 일본에서 ‘인스터(INSTER)’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데, 출시 6개월 만에 유럽 누적 판매량이 1만 342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3,902대)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일본 시장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가 3년 만에 재진출한 일본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은 올해 1~7월 568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146.4% 성장했다. 판매량은 아직 적지만,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연 1,000대 이상 판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284만 9,000엔(약 2,600만원)이라는 가격 경쟁력이 비야디(BYD) ‘아토3’ 대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소형 전기차 수요, 당분간 계속

업계 전문가들은 소형 전기 SUV의 글로벌 수요가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소형·실용차를 선호하는 시장 특성과 전기차 보급 정책이 맞물리면서, 캐스퍼 일렉트릭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자동차 산업 분석가는 “특히 유럽은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르고, 일본은 경차·소형차 시장 비중이 높아 캐스퍼 일렉트릭이 장기간 인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이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대차가 생산과 공급 조율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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