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내수 판매량 44% 급감, 구조조정 신호탄?
신차 부재·서비스센터 매각·노조 파업까지 삼중고
2027년 산업은행과의 약속 만료, 철수설 다시 고개

한국GM이 심각한 내수 부진에 직면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7월 한국GM의 국내 판매량은 단 1,22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44.2% 급감했다.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9,347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0.3%나 줄었다. 이 수치는 단일 차종인 기아 쏘렌토가 7월 한 달에만 기록한 판매량(8,127대)과 비교해도 무색할 정도로 낮다. 내수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모델은 사실상 트랙스 크로스오버뿐이며,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 7개월간 1,660대 판매에 그치며 상품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무엇보다도 신차 출시 계획이 전무하다는 점이 시장의 우려를 더한다. 볼륨 모델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모두 이미 신차 효과가 사라진 지 오래며, 내수 전용 또는 신형 모델 도입에 대한 계획조차 들리지 않는다. 미국에서 수입해오는 트래버스, 타호, 시에라, 콜로라도 등도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예컨대, 트래버스는 1~7월 단 53대, 타호는 32대, 시에라는 144대, 콜로라도는 68대 판매에 그치며 대부분 전년 대비 절반 이상 판매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한국GM이 내수를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출은 여전히 선방하지만…불확실성 커져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가 이어지며 올해 1~7월까지 18만 1,140대가 수출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수치로, 한국GM 전체 실적을 방어하는 유일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같은 기간 수출이 14.9% 감소한 9만 1,092대에 그치며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는 대미 관세 인상 등의 외부 요인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러한 수출 의존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북미향 수출 차량이 무관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관세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생산 원가 부담과 가격 경쟁력 저하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GM 본사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메리 바라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관세 부담에도 여전히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지만, 무역 환경이 바뀌면 전략도 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해 향후 전략 변경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내 소비자 신뢰 저하, 노조와의 갈등도 격화

한국GM은 최근 직영 정비센터 9곳과 부평공장 일부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A/S 네트워크가 취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을 포함한 국내 공장 유지에 대해 산업은행과 맺은 10년간 약속이 2027년 종료를 앞두고 있어,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노조도 반발에 나섰다. 지난달 10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한 한국GM 노조는 회사 측의 자산 매각 방침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2023년 실적을 기준으로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되며 향후 생산 및 수출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존재감 사라진 한국GM, 생존 전략은 있는가

이처럼 한국GM은 내수 판매 부진, 수출 의존의 불안정한 구조, 신차 부재, 소비자 신뢰 저하, 노조 갈등 등 다층적 위기를 겪고 있다. 산업은행의 지원 아래 10년 간 사업 유지를 약속받았던 합의는 불과 2년 남짓 남았고, 그 이후의 전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로선 한국GM의 생존 키워드는 ‘수출’뿐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같은 인기 모델이 북미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한, 생산라인 유지는 가능하겠지만, 이는 언제든 변동 가능한 외부 변수에 따라 위태롭게 흔들릴 수 있다. 더군다나 GM은 최근 현대차와의 글로벌 공동 개발, 북미 전기차 밴 프로젝트 등 미래차 중심의 전략에서 한국GM의 존재감을 적극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
궁극적으로 한국GM이 진정한 국내 자동차 기업으로 남기 위해서는 내수 회복과 신차 전략 재정립, 소비자 신뢰 회복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수출만 바라보는 ‘조립 기지’가 아닌, 브랜드의 정체성과 장기적인 비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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