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달 표면 하이브리드 탐사차 특허 출원
도요타·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경쟁 가세
우주 산업 급성장세 속 정부의 정책적 R&D 필요성

현대자동차그룹이 극한의 달 지형에서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탐사차를 개발 중이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KIPRIS)에 따르면 현대차가 출원한 해당 기술은 바퀴와 다리를 동시에 갖춘 특수한 구조로, 다양한 지형에서 능동적으로 이동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차량은 4개의 관절형 다리를 통해 계단이나 급경사와 같은 험지를 직접 걸어서 오를 수 있으며, 평지에서는 바퀴로 빠르게 이동한다. 다리 각 부위는 개별적으로 움직이며, 지면의 경사도에 따라 앞다리를 접고 뒷다리를 늘리는 식으로 차량의 수평을 유지하는 등 정교한 조정이 가능하다. 이는 동물의 보행 방식에서 착안한 것으로, 심층 강화학습(DRL) 기술을 통해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보행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비록 이 기술은 현재 현대차그룹이 2022년 공개한 달 탐사차 ‘로버’에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향후 로봇형 탐사 차량이나 군용, 재난구호용 모빌리티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도요타·GM·혼다…‘우주 레이스’ 뛰어든 완성차 업계

현대차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역시 앞다투어 우주 탐사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JAXA(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와 함께 ‘루나 크루저(Lunar Cruiser)’라는 이름의 달 탐사 로버를 개발 중이다. 우주복 없이 내부 활동이 가능한 기압 조절식 구조와 태양광 및 수소연료전지를 통한 동력 공급 등 기술적 특징이 두드러진다. 도요타는 이를 통해 NASA가 주도하는 아르테미스(Artemis)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참여를 목표로 한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도 2021년 록히드마틴과 함께 전기구동형 달 탐사차 개발에 돌입했으며, 이는 우주비행사 2인을 태우는 구조로 설계됐다. GM은 과거 아폴로 15~17호에 차량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프로젝트에서의 기술력 또한 주목된다.
한편 혼다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개발 중이다. 최근 홋카이도 발사장에서의 이착륙 실험이 성공하면서, 향후 위성 발사나 소형 우주 수송에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경제적·전략적 가치 부각…우주 산업이 가져올 변화

이처럼 완성차 기업들이 우주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우주 산업의 높은 확장성과 파급력이 있다. 통신, 에너지, 광물 자원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며, 신기술을 입증할 수 있는 시험장이기도 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우주 산업의 경제 규모가 2035년까지 약 1조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자율주행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처럼, 우주 탐사는 새로운 기술 중심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처럼 전통적 모빌리티 기업들이 달 탐사차와 로봇, 로켓으로 진화하는 모습은 이러한 흐름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우주 탐사와 같은 초고난도의 기술 영역은 민간 기업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달 탐사 기술은 막대한 개발비가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가 R&D 투자와 함께 해외 우주기관과의 협업 네트워크 형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도 NASA와 같은 해외 기관들은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들과의 공동 개발 기회를 잡기 위해선, 정부가 교량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전략적 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달 탐사차 특허 출원은 단순한 기술 자랑을 넘어,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또 다른 진화를 예고한다. 미래의 달 표면에서 걷고 굴러다니는 탐사 차량 위에 ‘HYUNDAI’ 로고가 박힐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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