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판매 부진
쏘렌토보다 실적 낮아
고가 정책이 발목 잡아
현대차 신형 팰리세이드
의외로 판매실적 기대 이하

현대자동차가 올해 전략적으로 출시한 대형 SUV 신형 팰리세이드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내연기관 차량으로 주목받던 팰리세이드는 기아의 쏘렌토와의 경쟁에서도 고전 중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팰리세이드는 지난 5월 국내 시장에서 7682대가 판매됐다. 반면, 같은 기간 기아 쏘렌토는 7734대가 판매돼 소폭 앞섰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도 팰리세이드는 2만5327대에 그친 반면, 쏘렌토는 4만3206대를 기록하며 격차가 크다.

신형 팰리세이드는 6년 만에 선보인 2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기존 7인승에 더해 9인승 라인업이 추가됐다. 또한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2.5 터보 시스템이 탑재돼 최고 출력 334마력, 1회 주유 시 1000㎞ 이상의 주행 가능 거리라는 인상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반응은 기대 이하다. 특히 가격 면에서 경쟁 모델인 쏘렌토에 비해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판매 실적이 저조한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쏘렌토와의 가격 차이, 소비자 이탈 유도

팰리세이드의 2.5 터보 가솔린 7인승 모델은 4447만~5706만원에 책정됐다. 이는 쏘렌토의 같은 스펙 기준 모델(3605만~4291만원)보다 최대 1400만원까지 비싼 가격이다.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최소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 구매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작용한다. 게다가 쏘렌토는 2020년에 출시된 4세대 모델임에도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가 더욱 뚜렷해진다.
팰리세이드의 부진에 대해 현대차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외국인 CEO 호세 무뇨스 사장은 최근 국내사업본부 정유석 부사장을 불러 “쏘렌토를 능가하는 판매 성과가 필요하다”는 특명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 영업망은 팰리세이드 판촉 강화에 나섰다.
일부 영업조직에서는 실적 향상을 위해 ‘선출고’ 방식까지 도입했다. 이는 계약되지 않은 차량을 먼저 출고해 판매 실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또한 전시 차량에 대해 약 40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판매 촉진에 힘쓰고 있다.
팰리세이드 부진이 시사하는 내연기관차 위기감

현대차는 올해 팰리세이드를 제외하면 아이오닉9, 넥쏘, 아이오닉6 등 대부분이 전동화 모델이다. 따라서 팰리세이드는 올해 출시되는 유일한 내연기관 신차로서 현대차 국내 판매 실적의 균형을 맞춰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해외 판매도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내수 신차 판매까지 부진하다면 전체 실적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례는 현대차가 대형 SUV 시장에서 지나친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다 소비자와 괴리를 빚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사양 강화나 퍼포먼스 향상만으로는 구매자 설득이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앞으로 팰리세이드가 판매 회복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가격 조정이나 리스·할부 조건 개선 등 직접적인 구매 유인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경쟁 모델과의 세부 비교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가치 차별화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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