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1500 픽업트럭에 5.7L V8 재도입
실수 공식 인정, 소비자 반발 수용
하이브리드 e토크 적용해

전동화 대세에 맞춰 V8을 없앴던 램(Ram)이 결국 입장을 바꿨다. 2026년형 램1500 픽업트럭에 5.7리터 V8 헤미 엔진이 공식적으로 재도입되며,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에 따른 전례 없는 ‘정책 철회’가 단행됐다. 램 브랜드 CEO 팀 쿠니스키스는 “우린 실수했다”라는 표현까지 직접 사용하며 이번 결정을 밝혔다.
지난해 램은 2025년형 1500 라인업을 발표하며 6기통 엔진만으로 전면 개편했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실망과 반발이 컸다. 픽업트럭 구매층은 여전히 다기통, 대배기량을 선호하고 있었던 것. 실제로 헤미 V8이 사라진 직후, 주문량 급감과 각종 커뮤니티 내 불만이 이어지자 램 측은 이를 “시장과의 단절”이라 인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V8 복귀 프로젝트가 2023년 말부터 비밀리에 진행됐고, SRT 출신 다릴 스미스를 리드로 구성된 ‘F15 태스크포스’가 18개월짜리 개발 일정을 단 6개월로 단축하며 현실화했다.
“그냥 예전 그대로 만들자”… 복잡한 인증 절차 생략 전략

재도입된 5.7리터 헤미 V8은 출력 395마력, 토크 410lb-ft(약 56kg·m)로 기존 사양과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며, e토크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그대로 탑재된다. 이는 인증, 재설계, 재튜닝 등 복잡한 재인증 절차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쿠니스키스 CEO는 “그냥 예전 그대로 만들자”는 철학을 강조했다.
V8 엔진이 장착되는 트림은 거의 대부분의 전 라인업에 적용되며, 트림에 따라 최대 $1,200(약 16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저항의 상징’… 새로운 배지로 정체성 드러내

이번 복귀에는 상징적 요소도 포함됐다. 새롭게 추가되는 램즈 헤드 형상의 엔진 블록 앞 배지는 ‘Symbol of Protest(저항의 상징)’이라 명명돼, 전동화 흐름 속에서도 V8을 원하는 소비자 정체성을 강조한다. 이 배지는 앞 펜더에만 적용된다.
성능 측면에서도 V8은 여전히 건재하다. 최대 적재 용량은 1,750파운드(약 794kg), 최대 견인력은 11,470파운드(약 5,203kg)로, 중형 SUV나 대형 보트 견인도 무리 없다.
단종된 TRX는 아직… 헬캣 부활 가능성은?

많은 팬들이 기대하는 TRX(6.2리터 슈퍼차저 헬캣 엔진)의 부활 여부에 대해 쿠니스키스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25개 제품 발표가 18개월 내 예정”이라는 발언과 함께, TRX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 헬캣 V8 엔진은 여전히 2026년형 닷지 듀랑고 헬캣에 사용될 예정이며, SRT 엔지니어 출신이 헤미 엔진 복귀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게 의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CEO의 발언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소비자에 귀 기울이는 브랜드

이번 램의 행보는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 중인 현대차나 유럽 브랜드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내연기관에 대한 수요가 견고하며, 특히 픽업 시장은 전기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램의 이번 결정은 이런 시장 현실을 직시한 타협적 복귀로 해석된다.
이번 헤미 V8의 부활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전기차가 대세’라는 흐름 아래서도, 강력한 출력과 기계적 감성을 원하는 운전자층의 목소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쿠니스키스 CEO의 솔직한 “실수 인정”은, 기술적 회귀가 아닌 소비자 중심 전략의 복귀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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