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 타입 R ‘얼티밋 에디션’ 공개
배출가스 규제 탓 유럽서 단종 수순
차세대 스포츠카 ‘프렐류드’ 출시 예정

혼다의 고성능 해치백 시빅 타입 R(Civic Type R, CTR)이 유럽 무대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혼다는 이 모델의 유럽 판매를 2025년 중 종료하며, 이를 기념해 ‘얼티밋 에디션(Ultimate Edition)’이라는 한정판 모델을 출시했다. 혼다 시빅 타입 R은 뜨거운 주행 성능과 고유의 수동 변속기 매력으로 많은 팬을 확보했지만, 갈수록 엄격해지는 배출가스 규제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얼티밋 에디션은 단일 컬러인 챔피언십 화이트로만 출시된다. 여기에 후드와 측면에 레드 스트라이프를 더하고, 루프는 블랙으로 도장돼 독특한 대비감을 자아낸다. 후면에는 카본 파이버 리어 윙이 기본 탑재되며, 실내 역시 카본 도어 실 트림과 센터 콘솔 업그레이드, 금속 배지 포함 레드 바닥 매트 등으로 차별화된다.
타입 R 로고가 프런트 도어 프로젝션 조명으로 비춰지는 연출까지 더해져, 이 모델이 단순한 해치백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제공되는 기프트 박스에는 카본 키링, 고유 번호가 새겨진 엠블럼, 전용 차량 커버 등이 포함된다.
퍼포먼스는 그대로… 배기가스 규제가 문제

기계적인 변화는 없다. 시빅 타입 R 얼티밋 에디션은 기존과 동일한 2.0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24마력, 최대토크 42.0kg·m을 발휘하며, 0→100km/h 가속은 5.4초에 불과하다. 파워는 6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전륜에 전달된다.
문제는 성능이 아닌 배출가스 기준이다. 혼다 유럽 전략 책임자인 한나 스위프트는 “유럽 산업 전반의 변화와 규제로 인해 시빅 타입 R의 단종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기존 고성능 가솔린 차량들은 유럽 각국의 환경 정책으로 인해 세금 폭탄을 맞거나 판매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네덜란드에서는 CTR 한 대가 1억 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한다.
프렐류드로 이어지는 스포츠카의 명맥

유럽의 타입 R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혼다는 ‘프렐류드(Prelude)’ 부활을 예고하며 차세대 스포츠 라인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프렐류드는 2+2 구조의 하이브리드 스포츠 쿠페로, 2026년 상반기 유럽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가상 기어 변속 시스템을 통해 일정 수준의 드라이빙 재미는 보장될 전망이다.
프렐류드 역시 향후 타입 R 고성능 트림에 대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유럽에서의 출시는 어려워 보이고 미국 시장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국내 출시는 언제쯤? 기대 반, 현실 반

국내에서도 시빅 타입 R은 소수 마니아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모델이다. 정식 출시 가능성이 오랫동안 제기돼왔으나, 고가 세금과 수요 제한성 탓에 혼다코리아는 좀처럼 수입을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아반떼 N 등 고성능 모델에 대한 마니아들의 수요가 높아지며 국내 출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빅 타입 R은 단종되더라도 전통적인 고성능 해치백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수동변속기, 역동적 섀시 세팅, 직관적인 핸들링이라는 3박자를 갖춘 모델은 점점 더 드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동화 흐름 속에서 ‘운전 재미’의 본질을 되새겨준 이 모델은, 향후 클래식으로서의 가치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