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번호판, 도입 1년 만에 ‘부의 상징’으로
5월 수입 법인차 전년 대비 23.4% 증가
1억원 이상 차량도 두 자릿수 상승… 실효성 논란

법인 고가 차량의 사적 이용을 방지하고자 도입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시행 1년 만에 정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정책 초반에는 고가 수입차 구매를 억제하는 효과를 낸 듯했지만, 현재는 오히려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며 고가 법인차 판매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24년 5월 한 달간 수입차 중 법인 구매 비중은 전년 대비 23.4% 증가한 9721대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법인 구매가 차지하는 비율도 32.5%에서 34.5%로 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구매 심리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방증한다.
1억원 이상 고가 법인차 판매 급증… ‘억제’ 아닌 ‘선호’

특히 1억원 이상 고가 법인차의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1~4월 사이 1억원 이상 법인차 판매량은 1만222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3% 증가했다. 이는 연두색 번호판을 꺼리기보다 일종의 자산 과시 수단으로 인식하는 소비자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번호판은 2023년부터 2000cc 이상, 차량 가격 8000만 원 이상인 법인차에 의무 부착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7999만 원에 맞추는 등 편법 판매가 이어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연두색 번호판이 ‘특별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소비 심리에 긍정적 작용을 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 고가 모델 잇달아 출시… 소비자도 적극 수용

연두색 번호판의 이미지 변화에 따라 수입차 브랜드들도 고가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포르쉐, 랜드로버, 마세라티, 벤츠,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1억원 이상 모델만 15종 이상이 상반기에 이미 출시되거나 판매 중이다. 이는 고급 수입차 시장이 단기적인 제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 수입차 딜러는 “과거에는 연두색 번호판을 꺼리는 고객이 많았지만, 지금은 ‘더 예쁘다’고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흰색 번호판을 유지하기 위해 트림을 낮추기보단, 당당하게 고가 모델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규제보다 소비심리 변화가 앞섰다… 실효성 논란 계속될 듯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상이 ‘정책 실효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분석한다. 업계 전문가는 “연두색 번호판은 법인차 억제 수단이 아닌 새로운 상징성을 얻게 됐다”며, “인간의 소비 본능을 단순한 규제로 꺾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고가 법인차에 대한 규제가 도입되었음에도 실제 소비 패턴은 빠르게 적응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연두색 번호판이 규제 수단에서 프레스티지 상징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제도의 실효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제도 유지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향후 보완이나 대체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심리를 고려하지 않은 단일 기준의 규제는 되려 정반대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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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하고 부티나라고 연두색으로 차별화 한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