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2026년형 그랜드 왜고니어 재정비
REEV 파워트레인 도입 800km 주행 가능
가격 낮추고 고급 전략 수정, “다시 지프답게”

지프가 2026년형 그랜드 왜고니어를 공개하며 ‘왜고니어’ 명칭을 전면 폐기했다. 과거 독립 서브 브랜드로 확장하려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지프는 다시 본 브랜드로 회귀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모델은 외관과 가격, 트림 구성을 전면 수정했다.
기존 모델이 8만 달러 후반(한화 약 1억 1,300만 원)부터 시작했던 데 비해, 신형 그랜드 왜고니어는 기본형 64,740달러(한화 약 9,200만 원)부터 시작한다. 롱 휠베이스 모델도 67,740달러로 기존보다 2만 달러(약 2,800만 원) 이상 저렴하다.
트림 구성도 단순화됐다. 기존의 혼란스러웠던 시리즈 I, II, III 체계를 버리고 ‘리미티드 알티튜드’, ‘써밋 옵시디언’ 등 익숙한 지프식 네이밍으로 돌아왔다. 가격 인하와 구조 정리는 지프가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 지나친 확장을 시도했다가 본래의 실용적 SUV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REEV 시스템 탑재… 800km 이상 주행 가능

가장 주목할 변화는 새로운 RE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파워트레인이다. REEV는 92kWh 배터리와 3.6리터 V6 엔진, 그리고 120kW 발전기로 구성되며, 전기 모터를 주로 사용하되 필요 시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최대 647마력, 620lb-ft의 토크를 발휘하며, 0→60mph 가속을 5초 이내로 끝낸다.
주행거리는 500마일(약 800km)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순수 전기 SUV와 내연기관 SUV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로, 지프가 향후 전동화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REEV 모델의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Ram 1500 REV 기반의 시스템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상용화 속도는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디자인은 단순하게, 존재감은 더 강하게

외관 디자인은 지프의 새로운 전동화 아이콘인 왜고니어 S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면에는 점등형(illuminated)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되며, 그릴 중앙에는 ‘Jeep’ 로고가 새겨졌다. 이는 지프가 더 이상 왜고니어를 독립 브랜드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변화다.
새로운 휠 디자인과 다크 트림, 그리고 무광 블랙 악센트가 추가되어 크롬을 대체했다. 인테리어는 기존 모델의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더 큰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신규 컬러 옵션이 추가됐다. 세부적인 변화지만, 전체적으로는 ‘전통적인 럭셔리’보다 ‘미래적 실용성’을 강조한 구성이다.
지프, 프리미엄 실패 뒤 본래의 정체성으로 회귀

지프의 이번 변화는 단순한 부분 변경이 아니라 브랜드 전략의 리셋(reset)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지프는 왜고니어와 그랜드 왜고니어를 앞세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링컨 내비게이터와 같은 프리미엄 SUV 시장을 노렸지만, 판매 부진으로 실패했다. 지프는 이번 가격 조정과 REEV 기술 도입을 통해 다시 ‘대중적인 고급 SUV 브랜드’로 회귀하는 전략을 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프가 “SUV의 본질로 돌아가면서도 전동화 시장을 선도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스텔란티스 그룹의 전동화 로드맵에 따라, 지프는 향후 하이브리드·REEV·EV 라인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글로벌 SUV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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