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부활한 아큐라 RSX
혼다 독자 EV 플랫폼 최초 적용
듀얼 모터 AWD, 아시모 OS 탑재

2001년, 아큐라는 인테그라의 후속 모델로 RSX를 출시하며 북미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는 혼다 시빅을 기반으로 한 2도어 스포츠 쿠페였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RSX는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입었다. 2025 몬테레이 카 위크에서 공개된 RSX 프로토타입은 더 이상 쿠페가 아닌 전기 크로스오버 SUV로 돌아왔다.
아큐라는 이미 GM의 얼티움 플랫폼 기반 전기 SUV인 ZDX를 판매하고 있지만, 이번 RSX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바로 혼다 독자 EV 플랫폼을 처음으로 적용한 생산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은 지난해 공개된 혼다 0 시리즈 콘셉트카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앞으로 혼다와 아큐라의 전동화 전략을 이끌 핵심 기반이 될 전망이다.
독자 플랫폼 기반 – 인테그라와 나란히 생산

흥미로운 점은 RSX가 과거와 달리 인테그라와 함께 생산된다는 사실이다. 혼다는 미국 오하이오주 메리빌(Marysville) 공장에서 내연기관 인테그라와 신형 RSX EV를 같은 라인에서 생산할 계획을 밝혔다.
만약 20년 전 누군가에게 “인테그라와 RSX가 동시에 존재하지만, 하나는 내연기관 세단이고 다른 하나는 전기 크로스오버”라고 말했더라면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곧 혼다가 EV 시대를 준비하는 과감한 포지셔닝 전략임을 보여준다.
프로토타입은 21인치 대형 휠, 듀얼 모터 기반 AWD 시스템, 더블 위시본 전륜 서스펜션, 브렘보 브레이크 등 고성능 하드웨어를 채택했다. 디자인적으로는 2세대 NSX에서 영감을 받은 넓은 후면부와 패스트백 루프라인이 특징이다.
ASIMO OS – 혼다의 첫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RSX는 단순한 EV 크로스오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혼다 최초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ASIMO OS를 최초로 탑재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혼다의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ASIMO)에서 영감을 받은 운영체제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 습관을 학습해 맞춤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OTA(Over-The-Air) 업데이트로 지속적인 기능 확장이 가능하다. 테슬라처럼 소프트웨어로 차량 경험을 업그레이드하는 모델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차량이 아닌 업데이트 가능한 디지털 기기로서의 성격을 강화한다.
또한 RSX는 북미 충전 표준 NACS를 채택했으며, V2L(Vehicle-to-Load) 기능도 갖춰 캠핑이나 비상 상황에서 외부 전원 공급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가격과 출시 전망 – 모델 Y 가격?

아큐라는 RSX 프로토타입에 대한 세부 제원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배터리 용량, 주행거리, 가격 등은 모두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ZDX보다 차체가 작고 크로스오버 형태인 만큼 가격대는 ZDX보다 낮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ZDX의 가격이 북미 시장에서 약 60,000달러 이상부터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RSX는 4만~5만 달러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BMW iX1, 메르세데스 EQA, 테슬라 모델 Y와 같은 세그먼트와의 직접 경쟁을 의미한다.
결국 RSX는 단순히 부활한 모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혼다 독자 EV 플랫폼의 첫 양산 모델, ASIMO OS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ZDX보다 대중적인 가격대 EV라는 세 가지 상징성을 지니며, 혼다와 아큐라의 전동화 전환을 본격화하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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