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디자인 비전 ‘EXP 15’ 공개
클래식 GT의 미학과 디지털 기술 융합
내년 공개될 첫 순수 전기차 디자인 제시

1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벤틀리가 ‘EXP 15’ 콘셉트를 통해 럭셔리의 미래를 제시했다. 이 콘셉트카는 내년에 공개될 예정인 브랜드 첫 전기차의 디자인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하며, 브랜드 특유의 귀족적 ‘올드 머니’ 감성과 미래 기술이 공존한다.
전면부는 육각형의 발광형 그릴과 수직 LED 헤드램프가 조화를 이루며, 전통적인 벤틀리 그릴을 재해석한 삼각형 모듈이 디지털 아트처럼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윙드 B 엠블럼은 클래식 플라잉 B 후드 장식 아래에 위치해 상징성을 더했다.
차체는 SUV에 가까운 높이와 패스트백 루프라인을 조합해 전통적인 차체 구분을 넘어서며, 1930년 ‘블루 트레인’으로 불린 벤틀리 스피드 식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리어엔드는 얇은 테일램프와 능동형 루프 스포일러, 리어 디퓨저가 조화를 이루며, 미래적인 공기역학을 보여준다.
한편 다소 논쟁적인 디자인 콘셉트에 네티즌들은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보급형 벤틀리 디자인으로 불리던 ‘제네시스’보다도 못한 디자인이라는 반응도 나와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3인승 실내와 고급스러운 디지털 경험

EXP 15의 실내는 비대칭 도어 구조와 독특한 3인승 배치를 통해 전통적인 세단과 확연히 다른 인상을 준다. 운전석은 단독 좌석으로 설계되었으며, 조수석 측에는 2개의 도어가 마련되어 탑승 편의성을 높였다.
조수석 뒷좌석은 45도 회전이 가능하며 전후 이동도 자유롭다. 넉넉한 레그룸은 반려동물용 케이지나 핸드캐리 짐을 수납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트렁크는 고급 피크닉 공간으로 변신해 좌석 쿠션, 냉장고, 조명 램프 등이 포함되어 있다.
대시보드는 윙 형태로 펼쳐져 있으며, 글래스 디스플레이는 필요 시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꺼지면 그 뒤의 우드 베니어 트림이 드러나는 방식이다. 중앙에는 비행기 엔진을 연상시키는 ‘미케니컬 마블’ 장치가 자리 잡고 있다.
소재와 디테일의 정점

실내 소재는 폭스 브라더스의 울 텍스타일, 3D 프린팅된 티타늄, 자카드 실크, 백라이트 LED 베니어 등 전통과 기술이 융합된 고급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과 센터 콘솔의 골드 너클 스위치는 시각적으로도 압도적인 디테일을 자랑한다.
외장은 ‘팔라스 골드(Pallas Gold)’ 도장이 적용되어, 고반사 알루미늄 안료가 레이더 신호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외관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자율주행 차량에 필수적인 센서 통합의 시각적 거부감을 줄이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럭셔리 전기차의 서막

EXP 15는 양산 계획이 없는 콘셉트카지만, 디자인 언어와 인터페이스 구성은 2026년에 등장할 첫 전기차에 일부 반영될 예정이다. 이 전기차는 보다 전통적인 SUV 스타일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콘셉트카가 제시한 수직형 조명, 디지털 그릴, 인터랙티브 인테리어 등은 향후 벤틀리의 전기차 라인업 전반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벤틀리는 EXP 15를 통해 전통적인 럭셔리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기술과 소재 혁신을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이라는 벤틀리의 야심은, 단순한 디자인 실험을 넘어 차세대 럭셔리의 정의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영국 출신의 브랜드 재규어도 최근 논쟁적인 콘셉트카 ‘타입 00’을 공개하며 인터넷 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전기차 시대에 더이상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자 점점 과감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럭셔리 브랜드들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향후 벤틀리가 양산차에 어느 정도의 디자인을 적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