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2만유로 전기차로 유럽 공략
현지 생산으로 관세 우회
한국차, 가격 경쟁력 한계 직면
BYD, 유럽에 3천만원대 전기차 출시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BYD가 유럽 시장을 겨냥한 2만유로대 전기차를 출시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강력한 가격 압박을 가하고 있다. BYD는 신차 ‘돌핀 서프’를 유럽에서 2만2990유로(약 3600만원)에 판매하며, 한시적으로 이달 말까지는 1만9990유로(약 3100만원)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 보기 드문 가격으로, 시장 반응이 뜨겁다. 유럽 내 신차 가격은 세금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보다 비싼편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3천만 원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기준 경차 가격에 맞먹는 파급력이다.
참고로 돌핀 서프는 중국 시장 내 베스트 셀러, ‘씨걸’의 유럽 버전이다. 사이즈는 전장 3990mm, 전폭 1720mm, 전고 1590mm의 크기를 갖춘 B세그먼트 소형 전기차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소형 SUV 베뉴와 비슷한 덩치다. 유럽은 좁은 도로와 밀집된 도시 환경으로 인해 소형차 수요가 높아, BYD의 공세는 유럽 현지 시장 특성을 정확히 겨냥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유럽 관세폭탄, 현지 생산라인으로 회피

BYD는 헝가리 남부 세게드에 연간 2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올해 말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으로, 생산된 차량은 유럽 전역에 공급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중국산 차량에 적용되는 고율 관세와 무역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현지 생산을 통한 관세 우회는 가격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BYD가 유럽에서 돌핀 서프를 2만유로 이하로 판매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생산 및 유통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공급망과 제조 전략까지 BYD와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상황이 이렇자, 우리나라 제조사들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낮추기엔 갈 길이 멀다. 그나마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유럽명 인스터)은 2만5000유로 이하의 가격대를 형성해 비교적 근접한 수준이다. 그러나 기아의 주력 모델인 EV3는 3만5990유로(약 5600만원)로 돌핀 서프 대비 비싼 가격으로 책정 됐다. 기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엔트리급 전기차 EV2를 내년에 내놓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현재 예상 가격은 3만유로 초반으로, BYD와 1만유로 이상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이와 같은 가격 차이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유럽 소비자들은 한국 소비자들과 달리 브랜드보다는 실질적인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국차에 대한 거부감도 적어, BYD 같은 업체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가격 인하 압박 커진 글로벌 전기차 업계

BYD의 파격적인 진출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반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엔트리급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각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전기차 브랜드가 유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뿐만 아니라 현지 맞춤 전략도 필요하다. 단순한 고급 사양의 확대보다, BYD와 같은 가성비 중심의 모델 개발과 현지 생산 기반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 품질, 현지화 전략의 3박자를 모두 갖춘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유럽처럼 전기차 보급률이 높고 소비자 기준이 까다로운 시장일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BYD의 도전은 곧 한국 전기차 산업의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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