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전기 삼륜차로 변신한 피아트
최대 시속 45km, 완전충전 4시간 40분
‘이륜차 대체재’로 부상하나 기대감

전통적으로 소형차에 강점을 지녀온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Fiat)가 이번에는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자사의 첫 삼륜 전기차, ‘트리스(Tris)’다. 이 차량은 일반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심 내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이동형 비즈니스, 근거리 운송 서비스 등 B2B 수요를 겨냥해 기획된 실용형 모델이다.
트리스는 트럭형, 섀시 캡형, 플랫베드형 등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제공되며, 전장 3.18미터(약 10.4피트)에 불과한 아담한 사이즈지만 적재 공간은 2.25제곱미터(약 24.2평방피트)로 유럽형 팔레트를 실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최대 적재중량은 540kg에 달해, 소형 이륜차나 일반 경차보다도 훨씬 실용성이 높다. 특히 도심 내 좁은 골목길이나 시장, 창고 등에서 높은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실속형 EV의 새로운 기준 제시

트리스는 48볼트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있으며, 최고출력은 12마력(9kW), 최대토크는 45Nm에 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45km로, 고속 주행보다는 근거리 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배터리는 6.9kWh 용량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90km(CLTC 기준 약 56마일)의 주행이 가능하다.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나 하루 1~2회 정기 노선을 운행하는 소상공인 업자에겐 충분한 수준이다.
충전은 별도의 충전기 없이 일반 가정용 콘센트를 통해 진행되며, 0%에서 80%까지는 3.5시간, 100%까지는 4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전기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실용적 설계다.
탑승자 편의를 위한 사양도 눈에 띈다. 5.7인치 디지털 계기판, USB-C 포트, 12V 전원 소켓, 잠금형 글러브 박스 등 실내 구성은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기능 위주로 구성됐다. 역주행 경고음(buzzer) 및 삼점식 안전벨트도 탑재되어 유럽 기준의 안전 규정을 충족한다. LED 헤드램프는 피아트의 최신 시그니처 픽셀 디자인을 적용해 작지만 정체성이 확실하다.
상업용 EV 시장의 조용한 혁신

피아트 트리스는 현재 아프리카,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유럽 내 인증도 완료된 상태다. 비록 미국 시장에는 출시되지 않을 예정이지만, 유럽 및 개발도상국의 라스트 마일 물류 시장에서는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일본에서 ‘미니트럭’ 수입 붐이 일었던 것처럼, 트리스 역시 독특한 콘셉트와 실용성으로 인해 향후 개인 수입 및 마니아층의 수요가 생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피아트는 상용차 부문을 통해 트리스에 대한 특장차 개조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용자 성격에 따라 냉장 보관 박스, 이동형 커피차, 간이 푸드트럭 등으로 자유롭게 업핏(upfit)할 수 있어, 다양한 소상공업 시장에서의 응용 가능성이 높다.
한편, 트리스는 ‘토요타 하이럭스 챔프’와 비슷한 개념으로, 중소형 화물이나 서비스를 위한 다목적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하다. 기존 이륜차나 전동 킥보드 기반 배달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간지대’ 수요를 흡수하며, 삼륜 EV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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